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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 한 통으로 태국 총리 사임 요구 확산

     

    2025년 6월 말, 태국 정국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파통탄 시나왓 총리와 캄보디아 전 총리 훈센 간의 유출된 전화 통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을 넘어, 푸에타이당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번지며 태국 사회 전반의 민심을 들끓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출된 통화가 불러온 정치적 태풍

     

    문제의 통화는 2025년 6월 15일, 파통탄 총리와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 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총 17분 분량의 녹음파일이 언론과 SNS에 유출되었습니다. 통화 중 파통탄 총리는 훈센을 "삼촌"이라 부르며, 태국 군부 내 특정 인사를 자신의 "반대자"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통화는 5월 발생한 태국-캄보디아 국경 충돌 후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대화였다고 해명되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를 "태국 군의 자주권을 훼손하는 굴욕적 행위"로 받아들였습니다.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
    파통탄 태국 총리

    수천 명이 쏟아져 나온 거리…민심 폭발

     

    사건의 파장은 즉각적이었습니다. 6월 29일 토요일, 방콕의 상징적인 장소인 승리 기념비에는 최소 6,000명에서 최대 10,000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파통탄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시위대는 태국 국기를 흔들며 “악당 총리, 물러나라”는 팻말을 들고, 연설자들은 무대에서 차례로 총리를 규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시위가 과거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레드셔츠(친탁신 계열)와 옐로셔츠(왕당파) 인사들이 손을 잡고 주최한 행사였다는 점입니다. 전 레드셔츠 지도자 자투폰 프롬판과 옐로셔츠 베테랑 손디 림통쿤이 함께 이끄는 "주권 수호를 위한 국민의 힘"이라는 단체가 시위를 조직했으며, 불교 의식과 함께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줬습니다.

     

    연정 붕괴 위기…총리 입지 흔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여론 악화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수 성향의 품자이타이당이 6월 26일 시나왓 총리와의 연정을 공식 탈퇴하며 정치적 위기는 현실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총리는 하원 495석 중 겨우 261석이라는 아슬아슬한 과반수만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언제든 불신임안이 제출될 수 있는 구조로 전락했습니다.

     

    극우 정치인 와롱 뎃킷위크롬은 시위 현장에서 “파통탄은 아버지 탁신보다도 위험하다. 그는 나라를 캄보디아에 팔아넘기려 한다”고 비난하며 군중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탁신 가문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대한 반감이 민족주의적 정서와 결합되며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열쇠

     

    파통탄 총리는 현재 북부 지방의 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 중으로, 방콕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기자들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평화로운 시위는 국민의 권리이며, 경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입니다. 현재 총리는 통화 유출과 관련된 직업윤리 위반 혐의로 해임 청원이 접수되어 있으며, 재판소는 이번 주 화요일 심리 개시 여부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만약 본격 심리에 돌입할 경우,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이고 푸에타이당 정부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태국의 만성적 정치 불안, 해법은 어디에?

     

    이번 사태는 태국이 오랜 시간 겪어온 정치 양극화와 군-정권 간의 긴장 구조, 그리고 외교 문제까지 맞물리며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빠져들었음을 보여줍니다. 파통탄 시나왓 총리는 단순한 정당 대표가 아니라, 탁신 가문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한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이나 중재가 쉽지 않습니다.

     

    향후 태국 정국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연정 재편 가능성, 그리고 시위의 지속 여부에 따라 큰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히 통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태국 국민들이 정치 지도자의 윤리성과 국가 자주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시위는 끝났지만, 태국의 정치 위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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